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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금 일부만 줬는데 집주인이 계약 해지 요구하면 위약금은 어떡해?

 
전셋집을 얻기 위해 몇 주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닌 김수정(가명).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전세 기간 2년, 전세보증금 2억원, 계약금 2000만원입니다. 그런데 김씨가 당장 계약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이 1000만원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김씨는 집주인 박명자(가명)씨와 합의해 계약금 중 1000만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000만원은 다음날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집주인과 계약을 맺은 다음날 김씨는 갑자기 집주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습니다.  

집주인씨는 김씨에게 "이미 받은 계약금은 돌려줄테니 전세 계약을 취소하자"고 통보합니다. 김씨보다 더 높은 전세 보증금을 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김씨는 바로 전날 계약했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려는 박씨 행동에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이에 김씨는 박씨에게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러자 박씨는 계약금을 다 받은 것도 아니고 일부만 받았기 때문에 이 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과연 김씨는 1000만원만 돌려받고 계약을 취소해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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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상 한번 맺은 계약을 취소하려면 계약금에 해당하는 돈은 포기해야 합니다. 예컨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금 2000만원을 주고 계약했는데 이를 해지하고 싶다면 이 2000만원을 포기해야 합니다. 반대로 집주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싶을 때에도 이미 받은 계약금 2000만원 외에 추가로 해약금 2000만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는 이 '해약금'을 아래처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김씨 사례에서는 전세 계약금 2000만원을 전부 지급하지 않았고, 1000만원만 지급해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김씨는 어떻게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까요?
 
대법원은 당사자가 계약금 일부만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시습니다. (대법원2008.3.13.선고 200773611 판결 참조)

이를 김씨와 박씨 사례에 대입해볼까요? 먼저 김씨와 박씨는 계약금 잔액 1000만원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므로 아직 계약금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김씨는 박씨로부터 위약금을 받고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김씨는 박씨에게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달라고 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김씨는 무조건 당해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에서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받은 피고가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231378 판결 참조)

그러니까 계약금 중 일부만 받아 계약금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해도 함부로 어느 한쪽이 주계약(전세계약) 자체를 취소할 순 없다는 의미입니다.

위 사례에서도 김씨와 박씨에게는 나머지 계약금과 잔금 이행기일이 순차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때 계약을 원치 않는 박씨는 김씨가 정당하게 지급하려는 나머지 계약금이나 잔금 수령을 계속 거부할 것입니다. 이 경우 전세계약은 계약해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계약해제 원인은 당연히 박씨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김씨는 계약해제가 된 후 박씨를 상대로 임의조정을 신청해 전세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박씨가 임의조정조차 거부한다면 김씨는 박씨에게 정식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물론 이런 법적 절차를 밟기 앞서 김씨와 박씨 모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또 한가지. 전세계약을 할 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계약금은 전액을 마련한 뒤 계약하는 것이 계약 파기 시 권리보호에 한결 유리합니다. 

글: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심사관 강보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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